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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집 사람들 후기 (층간소음, 부부관계, 하정우연출)

by 프로N잡러 2026. 3. 3.


하정우 감독의 네 번째 장편 영화 '윗집 사람들'이 12월 3일 개봉했습니다. 1시간 47분 러닝타임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이 작품은 스페인 영화 '센티멘탈'을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작입니다. 제가 극장에서 관람했을 때 가장 먼저 느꼈던 건 '이건 정말 연극 무대에 올려도 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네 명의 배우들 연기가 그만큼 입체적이었다는 뜻입니다.

층간소음을 소재로 한 밀실 코미디의 완성도

영화는 아파트 한 집 안에서 거의 모든 장면이 진행됩니다. 여기서 '밀실극(Chamber Play)'이란 제한된 공간에서 소수의 인물이 대사와 연기만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형식을 의미하는데, 마치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권태기에 빠진 부부 김동욱과 공효진, 그리고 윗집에서 매일 밤 요란하게 사랑을 나누는 하정우와 이시은. 이 네 명이 한 집에 모여 식사를 하면서 벌어지는 상황이 영화의 전부입니다.

제가 실제로 관람하면서 놀랐던 건 대사량입니다. 정말 쉴 틈 없이 네 명이 주고받는데, 영화 측에서도 이를 의식했는지 넷플릭스처럼 모든 대사를 자막으로 처리했습니다. '로비'에서 대사가 잘 안 들린다는 지적을 받았던 경험 때문인지, 이번에는 아예 관객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선택이었습니다. 덕분에 빠른 템포의 대화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하정우 특유의 언어유희와 대사 리듬은 이번 작품에서도 건재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제가 극장에서 배꼽을 잡을 만큼 웃지는 않았지만, 제 옆자리 커플은 정말 크게 웃더군요. 개그 코드가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전반적인 웃음 타율은 나쁘지 않았다고 봅니다. 특히 하정우가 연기하는 윗집 남편 캐릭터가 정말 독특합니다. 약간 사이코 같으면서도 병맛스러운데, 그게 또 묘하게 웃깁니다.

층간소음이라는 현실적 소재를 다루면서도 영화는 점차 부부 간 권태기, 관계의 본질 같은 더 깊은 주제로 확장됩니다(출처: 씨네21). 처음엔 단순히 시끄러운 윗집 사람들과의 갈등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각자가 안고 있는 관계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부부관계를 바라보는 솔직하지만 교과서적인 시선

중반 이후 영화는 김동욱과 공효진 부부의 권태기 해결에 집중합니다. 여기서 '권태기(Ennui)'란 부부나 연인 사이에서 새로움이 사라지고 감정이 무뎌진 상태를 뜻하는데, 쉽게 말해 서로에게 무관심해지고 따로 사는 것처럼 지내는 상황입니다. 영화는 이 부분을 꽤 진지하게 다루려고 시도합니다.

하지만 제가 아쉬웠던 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초중반까지 톡톡 튀던 하정우식 연출이 후반부로 갈수록 예상 가능한 흐름으로 흘러갑니다. 부부가 서로의 문제를 인정하고, 대화를 나누고, 결국 화해하는 구조 자체가 너무 교과서적이었습니다. '보내려다 잡고, 보내려다 잡고'를 반복하는 전개도 템포를 늦추는 요인이었습니다.

'완벽한 타인'과 비교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저는 두 영화가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고 봅니다. '완벽한 타인'은 상황 자체가 주는 재미가 컸다면, '윗집 사람들'은 캐릭터와 대사의 리듬으로 승부하는 영화입니다. 그래서 호불호가 더 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네 명의 배우 밸런스는 정말 완벽했습니다. 특히 이시은 배우가 인상적이었는데, 우아하고 지적인 외모로 되게 야한 말을 태연하게 하는 장면들이 묘한 코미디를 만들어냈습니다. 19금 등급이지만 실제 노출 장면은 전혀 없고, 대사와 은유적 연출로만 분위기를 만드는 점도 절제미가 있었습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카메오와 마지막 쿠키 영상도 영화의 메시지를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제작비가 약 3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한정된 공간과 배우로 이 정도 완성도를 뽑아낸 건 분명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합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를 보면서 제가 계속 생각했던 건 '하정우 감독은 정말 자기 색깔을 타협하지 않는구나'였습니다. '로비'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번 '윗집 사람들'에서는 그래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더 성공적으로 구현했다고 봅니다. 후반부 늘어짐이라는 단점이 분명 있지만, 그럼에도 초중반의 신선함과 네 배우의 케미는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층간소음이라는 우리 모두의 일상적 고민을 이렇게 코미디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시도였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4IdfBxii9z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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